11월 ②편 - 성(Sexuality)과 미디어(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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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예슬(상담팀) 등록일 22-11-17 16:08 조회수 2,202 영역 성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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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간호학 전공
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전공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자문위원
서울시교육청 학생정신건강증진 TF위원
前 서울시교육청 미디어리터러시 성교육 중등연구회 대표(2016~2021년)
미디어로 접하는 성(性) 컨텐츠, 청소년 자녀와 건강하게 소화하기
2편. 성(Sexuality)과 미디어(Media)
성(sexuality)하면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은 무엇인가요?
학교 성교육 교실 수업 첫 시간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성(sexuality)에 대한 개념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시하시는 첫 단계 질문입니다. 아직 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에게 성은 호기심 가득 궁금한 것도 많지만, 왠지 복잡하고 두려운 느낌이 들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성’하면 떠오르는 내용이 ‘아기’, ‘생명’, ‘성관계’ 등과 같이 신비하고 호기심 가득한 답변도 있지만, 청소년으로서 두렵고 걱정되는 내용의 ‘피임’, ‘성범죄’, ‘음란물’, ‘성 상품화’ 등의 답변도 많습니다.
왜 이렇게 상반된 반응이 나타날까요?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까요?
우리 학생들이 주로 접하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성(性을)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통상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알려주시는 생명, 책임, 존중을 포함한 아름다운 성과 달리 SNS, 웹툰, 광고, 영화, 뮤직비디오, 인터넷게임, 음란물 등에서 표현되는 성은 게임처럼 유희적이고 때로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표현됩니다. 뉴스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성 관련 사건·사고 뉴스를 접하다 보면 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살펴본 후, 학생들이 성(sexuality)에 관한 정확한 개념과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행동하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학교 성교육의 목적입니다.
성(Sexuality)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은 성적인 존재이며 삶의 본능은 바로 '성(性)'에서 시작되고 이러한 본능이 삶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 Sigmund Freud -
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이 가진 보편적 본능이며 욕구입니다. 보편적 욕구이기에 권리인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관계의 문제입니다. 개인의 성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고유합니다. 자신의 성이 독특하고 고유하듯이 타인의 성 또한 나와 다르고 특별합니다. 학교 성교육 중에서 자신과 타인의 고유한 성을 존중하고 그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폴 고갱(1848~1903),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1897~1898, 보스턴 미술관 소장
학교 성교육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작품 하나를 소개합니다. 프랑스 예술가 폴 고갱의 1897년에 완성한 그림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입니다. 고갱은 인간의 탄생과 삶, 죽음까지 사람이 지닌 본질적인 삶과 시간 안에서 얽매여 살아가는 모습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고갱 그림의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관찰하면 성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의 일부임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성별을 가지고 있는 성적 존재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청소년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가정, 학교에서의 인간관계 및 교육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이 속한 사회문화에서 표현되고 추구하는 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문화 콘텐츠 기업들의 전략은 성은 즐거움의 도구라는 인식을 강조하면서 소비를 부추깁니다. 사랑, 섹스, 쾌락 그 너머에 준비되지 않은 임신, 인공임신 중절, 폭력, 미혼부모, 영아 유기, 아동학대 등과 같은 현실적 문제는 감추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도서벽지까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IT 강국이자 음란물 소비가 많은 국가입니다. 선진화된 IT 기술이 국가의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이 어디서나 쉽게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에 접속하는 데 무방비 상태입니다. 미국 윌록대학 게일 다인스 명예교수의 <포르노 랜드>에서 강한 성적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중독을 ‘팝콘 브레인’으로 설명했습니다. 자극이 강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뇌가 2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만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뇌가 강한 자극에만 반응할 뿐,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접하는 미디어 속 자극적인 성 상품화, 넘치는 성 담론들 그리고 뇌를 중독시키는 음란물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동·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온라인 기반의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학생들에게 필요한 주요 역량입니다.
* 미디어 리터러시: 다양한 매체 속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