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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심리학’으로 보는 어머니유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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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지연 등록일 13-08-23 00:00 조회수 8,229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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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이지연
  • 약력 :
  • 인천대학교 상담심리전공 주임교수
  • ‘융심리학’으로 보는 어머니유형②
     

    남성이 일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면 여성은 그것을 인간관계를 통해서 찾아간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인간관계는 여성에게 바로 배우자, 남편과 아이이다. 고래부터 여성의 삶은 이들에 의해 상처받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기까지 하는 여성원형도 있다. 그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결혼의 여신인 헤라이다. 헤라가 가지고 있는 그 상징성 때문일까, 여성 화장품의 대표 브랜드로도 헤라는 사용된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이자, 결혼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는 여신의 대표적 유형이다. 티아라를 쓰고 멋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고양된 미소를 보내는 신부는 바로 이런 헤라의 대표적 원형이다. 그녀는 이런 결혼식에서 누군가의 남편이 된 그 순간이 자신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녀는 ‘미세스’로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그래서 헤라는 그 누구보다 남편이 인생에서 중요하다. 대학에서 남편감을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남편의 승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내조의 여왕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이런 헤라는 이 특성 때문에 자녀들에게는 무심한 엄마가 된다. 헤라 여성이 아이를 갖는 이유는 아내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성애적 본능이 부족하고, 엄마 자식 간의 강한 유대감이 없을 때 아이들은 엄마가 엄마노릇을 못하는 이유를 자기들을 사랑하고 보호할 뜻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기게 된다. 남편과 자식 간에 이해가 상충하여 선택을 해야 하면 헤라 여성은 남편의 이익을 위해 자식을 희생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밥상에 고등어자반이 올랐을 때 아버지 것이라고 하고 자식이 먹는 것을 막는 엄마, 남편의 직장을 위해 기꺼이 자기 경력을 포기하는 여성이 헤라이다.

     

    반면 대지와 곡식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유형이다. 가장 인심 좋은 여신으로 보살핌과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정감과 영적인 위안을 준다. 마더테레사 수녀 같은 종교지도자들도 이러한 데메테르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데메테르 어머니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신체적 욕구 해결과 심리적인 지지와 이해를 갈구할 때, 실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하거나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어머니에게 의존한다. 데메테르는 어린시절부터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은 결혼을 아이를 얻기위해서 하고, 첫째를 낳고 나서 곧 바로 피임 없이 아이를 무의식적으로 가지기까지 한다. 데메테르 원형이 강한 여성이 이를 충족시킬 수 없을 때에 그녀는 허전함과 좌절과 비통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걸린다. 일생에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자식들의 어머니 역할을 잃어버렸을 때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비통해 하는 데메테르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아무것도 자라날 수 없었는데, 데메테르의 파괴적인 측면은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음으로써 드러난다. 자식들이 독립성을 키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자식들이 점차 자율적으로 크는 데서 정서적 상실감을 느끼고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분노하게 된다. 아이가 결혼을 하거나 해서 독립해야할 상황이 되었을 때 쉽게 심리적인 애착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것이 아이를 자꾸 의존적으로 만든다. 건강한 독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