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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부모 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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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주 등록일 16-05-02 00:00 조회수 7,836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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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한영주
  • 약력 :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상담학 부교수
    부설 15세상담연구소 소장
  • 사춘기 부모되기 (3)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으시죠? 뭐라도 물어보면 짜증부터 내는 아이에게 어떻게 맞춰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몰라’, ‘그냥’, ‘싫어’ 이 세단어로 모든 질문에 답하는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다가 속이 터지겠다는 부모님들 하소연을 많이 듣습니다. 어릴 때는 시키지 않아도 조잘조잘거리던 아이,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친구들이랑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던 아이였는데, ‘이젠 당신과 이야기할 필요없어!’ 하는 것처럼 말문을 닫아버리는 아이가 답답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부모님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절실히 속마음을 나눌 대상이 필요한 게 사춘기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한번 “뭔가(!)” 코드가 맞는 순간, 쉴 새없이 속사포처럼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요. 이런 현상은 부모님들이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어린 시절의 아이와 나누던 수직적 대화방식으로는 사춘기 아이와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동안 해왔듯이 아이의 대답을 요구하거나 유도하는 질문을 멈추십시오.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새로 친구는 좀 사귀었니? 걔는 어떤 애야? 수학 공부는 얼마나 했니? 밥은 먹었어?”하는 질문들은 사춘기 아이들에게 대화의 시도가 아닌 취조로 느껴집니다. 대화의 초점을 바꾸어, 부모님 자신의 관심사를 먼저 아이에게 나눠보십시오. 부모님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솔직한 느낌, 마음 속의 고민 등을 아이들에게 먼저 나누어 보십시오.

     

    ‘엄마가 오늘 무슨 영화를 봤는데 진짜 재밌더라. 역시 배우는 @@@이 최고야’, ‘아까 길가다 보니까 이런 일이 있더라. 그걸 보니까 말야....’, ‘오늘 정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하면서 부모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십시오. 처음부터 아이들의 공감이나 동의의 반응을 기대하지 말고, 그저 내 이야기를 멀리있는 친구에게 하듯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에게서 듣고 싶은 아이의 일상생활 이야기, 마음 이야기를 내가 먼저 꺼내어 보여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이의 사춘기는 ‘동료인간의 탄생’이라는 점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제는 나의 도움과 가이드가 필요한 대상에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동료로서 수평적 관계설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물론 청소년기는 아직 100% 자신을 책임지기 어려운 시기이고, 어른들의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은 확실하지요. 그건 아이들도 알고 있고 인정하는 바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느끼기에 ‘수평적 관계’라는 인식이 있을 때에만, 어른들의 말이 들리고 가이드가 수용된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토대가 바로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인간 동료와의 수평적 관계’라는 인식입니다. 이것이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