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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부모 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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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영주 등록일 16-05-02 00:00 조회수 9,195 영역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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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한영주
  • 약력 :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상담학 부교수
    부설 15세상담연구소 소장
  • 사춘기 부모 되기 (2)

     

    아이의 사춘기는 부모에게 있어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중년기와 맞물립니다.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인생의 첫 번째 몸살을 앓는 동안, 부모님들 또한 인생의 두 번째 몸살을 같이 앓고 있다는 말이지요. 한쪽이 심리적 위기를 겪을 때, 다른 한쪽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좀 수월할텐데, 부모 또한 자체적으로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맞아서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사춘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에릭슨(E. Erikson)은 인생의 주요 심리적 과업을 ‘자아정체성’ 찾기라 말했고, 그 결정적 시기를 사춘기와 중년기라고 말합니다. 자아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하는 자신과 인생의 방향에 대한 감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빠르고 좋은 엔진을 가진 자동차라도 목적지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채 출발한다면 큰 낭패를 맞게 되지요. 인생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설정하는 첫번째 골든타임이 사춘기이고, 두 번째 시기가 중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춘기를 맞아 자기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기 시작한다면, 이제 부모 또한 자신의 인생 후반기 목적지를 다시금 재정립해야 한다는 싸인이라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사춘기 부모로서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업은 아이의 학습이나 진로설정이 아닙니다.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할 과업은 바로 부모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입니다. 이제 아이는 아이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그 성패는 부모의 손을 떠난 일입니다. 물론 아이에 대해 그저 나 몰라라 손 놓고 방임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자신의 색깔을 찾고 시도할 때 한걸음 멀리 서서 바라봐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 백업해줄 지지자로, 인생의 든든한 자원으로 존재해주는 역할 정도가 사춘기 부모의 몫이라는 의미입니다.

     

    사춘기에 가장 좋은 부모는 ‘아파서 집에 누워있는 부모’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들리지만 그 속에는 무척 중요한 진리가 담겨있지요. 사춘기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역할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강력한 힘이나 방향지시가 아니라, 간섭할 기력은 없지만 항상 집에는 존재하는 뒷방의 자원이라는 것입니다.

    사춘기 아이가 혹시나 사고칠까, 잘못된 길을 갈까, 가이드가 없어서 학업에서 뒤떨어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요즘 부모님들의 불안은 이 시대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병리적 현상일 뿐, 사춘기 아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위 헬리콥터 맘이나 매니저 맘은 그야말로 아이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최악의 부모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한걸음 떨어져서 아이가 하는 일을 믿는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도움이 필요한 싸인을 보일 때 언제든 도움을 제공하는 자원으로 있어주는 것이 사춘기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입니다.

     

    사춘기 아이의 부모가 되셨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나의 인생 후반에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은 어떠했나?’의 질문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셔야 합니다. 더이상 아이에게 올인하면서 자기 자신의 인생과업을 미루지 마십시오. 그건 스스로 져야할 짐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 때문에 행복하다거나 아이 때문에 실패한 삶이라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와는 별개로, 부모인 나 스스로의 삶, 부부의 삶이 행복하고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 또한 부담없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고, 부모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