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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상실을 겪은 우리아이" -두번째 이야기:자녀가 어리더라도 죽음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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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윤희 등록일 17-11-07 14:11 조회수 8,014 영역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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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하정희 교수
  • 약력 :
  •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부교수
  • “슬픔과 상실을 겪은 우리 아이”

    -두 번째 이야기 : 자녀가 어리더라도 죽음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하정희 교수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부교수

     

    “네 살 재은이의 부모님은 재은이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재은이를 데리고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재은이 외할아버지는 90세로 어제 자연사하셨습니다. 재은이 아버지는 재은이가 장례식장에 가봤자 복잡한 분위기에 압도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하여 재은이를 다른 곳에 맡기자고 제안합니다. 재은이는 외할아버지와 꽤 가까운 편으로, 두 살 때는 1년간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낸 적도 있었습니다. 재은이 어머니는 재은이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막막하게 느껴지고, 장례식장에 데리고 가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고민 한 두 번 쯤은 해보셨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우리의 자녀가 어릴수록 ‘죽음’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곤 합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이해하는 추상적인 수준으로서의 죽음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각 발달단계에 적합한 방식으로 죽음을 어렴풋이 느끼며 반응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한 살 경에 엄마가 죽었다면 아이는 부모의 부재를 느끼고 불안해하며 예민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다섯 살 정도라면 아이는 죽음을 명확히는 이해할 수 없지만 대상이 이곳에 없다는 것, 또는 내가 뭔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엄마가 없다는 식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쯤 되어서야 비로서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죽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의 연령에 적합한 방식으로 죽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입니다. 자녀는 어떠한 식으로든 그 죽음을 이해해야 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위의 사례에서 볼 때 자녀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가느냐 안가느냐 하는 문제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가 외할아버의 죽음을 알고 외할아버지와 상징적으로라도 작별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충분히 답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자녀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가보고싶어한다면 함께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만일 자녀가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외할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거나, 유품을 함께 정리하면서 자녀가 외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꺼내어 표현하고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슬픔과 같은 상실감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숨긴 채로 꽁꽁 닫아놓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를 꺼내어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상실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점을 우리 부모들이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