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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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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상담팀) 등록일 19-12-09 08:45 조회수 3,926 영역 정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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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이수정
  • 약력 :
  • 前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 상임이사
  • “ 저희는 ‘아동놀이위원회’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제안하는 이유는 서울시에는 어린이청소년의회처럼 직접 제안하고 싶은 정책을 낼 수 있는 곳은 있지만 놀이에 대해서 집중해서 낼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 재미를 생각하여 만든 놀이기구, 공간들은 있지만 어린이들이 직접 생각한 놀이기구, 공간들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린이들이, 청소년들이 직접 의견을 내고 실행할 수 있는 아동놀이위원회가 생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2019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주최:서울시,주관: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흔히 이런 자리는 어른들이 많이 참석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청소년들이 참석해서 자신들의 놀 권리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했습니다.

     

    학교 안 빈 교실에 청소년 휴식 및 놀이를 위한 공간을 조성해 달라, 놀이거리를 조성하고 격주 수요일 방과 후에는 놀이축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 지금 놀이터는 너무 틀에 박혀 있고 재미가 없으니 고학년에 맞는 놀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해 달라, 놀 권리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청소년공간을 청소년 스스로 조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소개한 ‘아동놀이위원회’에 대한 제안은 여러 정책제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그간 어린이청소년의 놀 권리가 일상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놀 권리와 관련한 활동이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이었고 일회성 사업 혹은 5월에나 하는 이벤트로 청소년들에게 비쳐졌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놀 권리 특히 청소년의 놀 권리에 관한 주장은 늘 여러 장애물 앞에서 주저앉고는 했습니다. 연령에 맞는 지식을 배우고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학습권 앞에서, 바깥에서 놀면 미세먼지 폭염 등으로 인해 유해하다는 건강권 앞에서, 색다른 놀이기구나 친자연적인 놀이활동은 안전권 앞에서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당연한 듯 앞에 놓인 수많은 권리에 놀 권리를 기를 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날 청소년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을 통해 내놓은 내용들은 그 어떤 정책전문가나 연구자들이 내놓은 제안들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무언가 불만과 어려움, 불편함을 느끼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내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학습, 그리고 토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공부를 많이 한 연구자들보다 더 거침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놀 권리는 바로 그들에게 생존권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도 교과서와 문제집이 가득한 커다란 가방을 매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청소년들, 또 대입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도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의 눈치 때문에 마음 놓고 놀지 못하는 청소년들, 그들의 놀 권리를 그들의 목소리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