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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해의 이해와 예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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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남 등록일 18-09-27 17:54 조회수 7,104 영역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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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
  • 정운선 센터장
  • 약력 :
  •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센터장
    경북대학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기금부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청소년 자해의 이해와 예방-1

     

    우리나라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이 유행하니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라디오 인터뷰를 한 것이 2018년 7월 20일이었습니다. 두 달 만인 9월 20일에 열렸던 자해 관련 심포지움에 700명이 넘는 분들이 와서 하루 종일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들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 지 다들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서 저에게 진료를 하러 오는 환자들에게 “언제부터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기 시작했냐?”고 물었습니다. 죽고 싶다며 고등학교 1학년 때 도움을 받으러 와서 줄곧 치료를 받고 지금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어엿한 국가자격증을 딴 한 환자가 말하더군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터였어요. 어쩌면 그보다 더 어린 나이였을 지도 모르겠어요. 그때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내 몸에 손이 가더라구요. 저는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 했어요.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라고 했습니다. “네 나이에는 힘든 게 뭐가 있다고 하면서 저보고 쇼를 한다고 엄마, 아빠가 그러시더군요. 관심 받으려고 한다구요. 그 때는 제가 왜 사는 지 모르겠더라구요. 몸에 상처를 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라고 하였습니다. 그 어머니를 오시라 해서 면담을 하니 “두 딸을 똑같이 키웠는데, 아니 오히려 큰 딸과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야단쳤는데, 왜 이 아이가 그런지 모르겠다.” 고 하셨습니다. “맞아요. 엄마가 언니와 더 많이 싸웠어요. 저는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이 어릴 때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에게 언니가 공부 잘 한다고 자랑을 하기도 하고 언니에게는 새 옷도 사 주었어요. 엄마가 저에 대해 내가 저런 애를 왜 낳았을까 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너무 슬펐어요.” 

     

    어린 시절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청소년기에 '나란 누구인가?' 라는 명제가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을 때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아이들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려고, 상처를 내면 몸 안에서 통증을 잊게 하는 내인성 마약성분이 분비되어 기분이 나아진다는 점을 알게 되거나 혹은 부모가 가장 아끼는 자신에게 상처를 내는 것이 가장 통쾌한 복수가 되므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알아 달라고 SNS에 이러한 사진을 올리는 행동을 합니다. 마음속으로 가족에 대해서는 포기했으니까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가족에게 바라는 것들을 원하는 마음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원래 사는 것은 힘든 거야. 너만 힘들게 아니야.” 라고 말입니다. “상담을 할 때 제일 듣기 힘들었던 말이 원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말이었어요.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 걸 어떡해요? 참다 참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말은 위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상처가 되어요.” 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될까요?

    “일 년 정도, 한 주에 한 번, 한 시간 정도 정신건강전문가와 하는 면담을 통해 제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도 제가 왜 그러는지 혼자서는 알 수가 없었거든요. 엄마, 아빠가 왜 그런 말을 하는 지도 찬찬히 알려 주니까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청소년 입장에서는 부모 입장을 헤아려보려는 마음이 아예 없거든요.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도움을 받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저는 운이 좋아서 병원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모님들이 내 자식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도움의 필요성을 인정을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이렇게 입을 모아서 이야기 합니다. “제발 자식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니까 나중에 자식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좀 믿어주었으면 좋겠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좀 받아들여 줬으면,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합니다.“ 우리가 겪은 어려움을 내 자식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부모 마음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미래를 생각하고 싶지 않게 만들지는 않은지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