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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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채은 등록일 09-08-19 00:00 조회수 8,416 영역 가족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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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 미 정
(가톨릭대학교 아동 · 청소년 · 가족 상담센터)
나는 아동 및 청소년 상담자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건강하지 못한 부모-자녀 관계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는지였다. 이에 대한 자각이 커지면서 내 마음엔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러한 심정을 지도교수님께 토로한 적이 있었고, 그 때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너는 내과 의사의 자식이면 감기 한 번, 배앓이 한 번 앓지 않고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교육자의 자식이면 모두 모범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란다. 너는 아이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고 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상담자를 알고 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마라.”
난 그 말씀을 들으며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 때까지 나는 좋은 부모가 되려면 완벽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실상은 자녀가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과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 사람들로부터 제법 괜찮은 부모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아챘다. 심지어 내가 키우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챌 수 있었다.
부모라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랄 것이고 자식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신이 아닌 이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나 오류(가장 흔한 오류는 부모가 마음이 앞서서 아이의 역량이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를 범할 수 있고, 자식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도 이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부모가 진심으로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해도 그럴까? 대부분의 부모는 내가 그 아이를 낳고 키운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는 자녀를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자녀는 부모와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부모와 다른 것을 원하고 추구할 수 있다. 그것이 부모를 실망시키고 좌절스럽게 만들지라도 자녀가 인격을 가진 주체로서(예를 들어, 파파걸이나 마마보이가 아닌) 대인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하기 바란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네가 감히 그럴 수 있냐는 분노를 느낀다면, 부모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자녀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것을 왜 견디기 어려워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부모가 자신의 오류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도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잘나고 싶고 잘나야만 할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커지면 나의 못난 부분이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때로는 내가 부족함을 보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우습게 여기거나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의심을 품기도 한다. 정작 내가 내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부모가 나는 좋은 부모이여야 하고 내 자식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내 자신이나 자녀에게 문제나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문제가 있어도 이를 부인하고 감추는데 급급할 것이고, 자녀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자신은 좋은 부모가 되려고 했던 노력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문제는 회피하려 할 것이다.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자그마한 실패나 좌절에도 쉽게 감정적으로 동요되면서 그것을 견뎌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부모 자신이나 자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도, 이를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나 실수를 범할 때도 있고 부모로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녀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부모가 이런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는 부모에게 좋은 면이나 뛰어난 것만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고 부족함이나 문제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으면서 이를 보완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부모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감이나 절망감에 빠지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한다면, 자녀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수용하는 역량이 커지면서 웬만한 좌절과 실패에는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노력을 해도 잘 되지 않을 때조차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성공담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 사람이 이룬 성공만이 아니라 성공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왔는가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가톨릭대학교 아동 · 청소년 · 가족 상담센터)
나는 아동 및 청소년 상담자가 되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건강하지 못한 부모-자녀 관계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는지였다. 이에 대한 자각이 커지면서 내 마음엔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러한 심정을 지도교수님께 토로한 적이 있었고, 그 때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너는 내과 의사의 자식이면 감기 한 번, 배앓이 한 번 앓지 않고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교육자의 자식이면 모두 모범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란다. 너는 아이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고 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상담자를 알고 있지 않느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마라.”
난 그 말씀을 들으며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 때까지 나는 좋은 부모가 되려면 완벽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실상은 자녀가 내 뜻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과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 사람들로부터 제법 괜찮은 부모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아챘다. 심지어 내가 키우면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자만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 챌 수 있었다.
부모라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랄 것이고 자식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신이 아닌 이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나 오류(가장 흔한 오류는 부모가 마음이 앞서서 아이의 역량이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를 범할 수 있고, 자식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인데도 이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부모가 진심으로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해도 그럴까? 대부분의 부모는 내가 그 아이를 낳고 키운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는 자녀를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자녀는 부모와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부모와 다른 것을 원하고 추구할 수 있다. 그것이 부모를 실망시키고 좌절스럽게 만들지라도 자녀가 인격을 가진 주체로서(예를 들어, 파파걸이나 마마보이가 아닌) 대인관계를 맺으며 사회생활을 하기 바란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자녀가 부모의 기대를 거스르거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네가 감히 그럴 수 있냐는 분노를 느낀다면, 부모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큰 것은 아닌지, 자녀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것을 왜 견디기 어려워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부모가 자신의 오류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도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잘나고 싶고 잘나야만 할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커지면 나의 못난 부분이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지고, 때로는 내가 부족함을 보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우습게 여기거나 무시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의심을 품기도 한다. 정작 내가 내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부모가 나는 좋은 부모이여야 하고 내 자식은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내 자신이나 자녀에게 문제나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문제가 있어도 이를 부인하고 감추는데 급급할 것이고, 자녀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자신은 좋은 부모가 되려고 했던 노력만을 내세우며 자신의 문제는 회피하려 할 것이다.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자그마한 실패나 좌절에도 쉽게 감정적으로 동요되면서 그것을 견뎌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부모 자신이나 자녀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도, 이를 보완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제대로 된 노력을 할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나 실수를 범할 때도 있고 부모로서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자녀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잘 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부모가 이런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는 부모에게 좋은 면이나 뛰어난 것만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고 부족함이나 문제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으면서 이를 보완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부모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감이나 절망감에 빠지지 않고 다른 사람을 탓하기 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수용한다면, 자녀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수용하는 역량이 커지면서 웬만한 좌절과 실패에는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노력을 해도 잘 되지 않을 때조차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노력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성공담에 관심을 기울일 때 그 사람이 이룬 성공만이 아니라 성공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왔는가를 놓쳐서는 안 된다.